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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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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23 12:09 조회3,4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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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는 모두 긴 참선에 들었습니다.
기역 니은으로 굽은 나뭇가지에
발이 시린 참새들이 입을 모아 쫑알거립니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는 대나무도
조그만 뜨락에 잠을 내려놓고
어둠을 한 줌씩 뱉어내고 있는 아침입니다.

낡은 깃털구름이 여린 아침 햇살에
언 몸을 녹이고 있는 카올린
산이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히고 목놓아 우는 산아래 도린곁에서
지상의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은지도 한참이 지났습니다
살아가야 할 날이 적게 남아 있습니다.
시든 형용사 같은
어쩜 철지난 부사 같은 만만찮은 짐을 지고
다시 한결같이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동안 제 마음이 외지에 나가 있어
글 올리지 못한 공백이 길었습니다
다시 제 글로 총총 기워나가겠습니다.

여름에 무성했던 풀들이
삽화처럼 남겨져 있는 산자락에
한 옥타브씩 높아지는 빈 바람소리만
가랑잎의 외걸음에 끼어 허허로이 들립니다.
뽀얀 입김이
물너울처럼 날리는 영하의 추위입니다.
카올린에 다녀가신 모든분들께
카올린의 소박함과 겨울아랫목의 따뜻함에 도움닫기로 하여
오늘 하루
좋은 걸음 만들어내시길 서원합니다.

밖엔 아직 찬 바람이 붑니다.
따사로움에 대한 그리움을 느낍니다.
목탄으로 그린 데생처럼 골격만이 드러난 산야
이제 며칠뒤 설이고 그며칠뒤가 입춘인 걸 보니
유록의 계절이 성큼 다가 올 것만 같습니다.
지난 해 태어난 어린 나무의 쓰라린 겨울체험도 끝나갑니다.
갈 길도, 돌아설 길도
모두 세월 속에 묻어 두고
또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았습니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하늘길을 가는 가지 끝에 잎눈이 돋아납니다.
가장 절망적일 때 가장 큰 희망이 온댔습니다.
찡하게 얼어붙은 엄동 복판
죽음을 베개 삼아 살아온 생명체의 발 밑에
봄은 정녕 와 있을 겁니다.

창유리에 햇빛이 눈물나게 흘러내립니다.
님들은 어떤 빛으로 서 계십니까?
이곳을 다녀가시는 모든 분들께
잔잔히 우러나오는 미소가 얼굴 위로 떠오르는 올 한해 되시길 빕니다.
그리고요,
괴로움과 외로움은 과거형으로 삼고
현재형의 투지를 다스리며
자신을 터질 듯한 기쁨으로 채워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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