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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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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23 12:04 조회5,43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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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부추 하얀 꽃잎이 음악처럼 피어나는 산비알.
숲이 일으키는 초록 지진에 흔들리다 파묻히는
9월은 야생화의 생애가 감당할 수 없는 곳까지
가을 속으로 들어가게 만듭니다.

햇살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배우는 잔디밭 가에
연필심이 뜨거워지도록 가을을 받아적는 꽃무릇이
마음 약해지지 않도록, 흔들리지 않도록,
포기는커녕 참아내고 참아야 한다고
어려운 현실을 다독이고 있습니다.

하얀 두루마기 할배들이
꼬장꼬장 고샅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기름나물이 내 앞에 나서서 산길을 흔듭니다.
들을수록 귀가 맑아지는 산새소리 속에
이 밤은 달빛이 아름다운,
산속의 집들이 그대로 그림이되어 있는
덕유산 산자락에서 묵을 겁니다.

산머루 여린 잎의 터진 혈관 사이로
줄담배를 물고 있는 굴뚝도 보이지 않는 곳 .
거제도의 갯내음이 도저히 따라올수 없는 곳입니다.
카올린 매니아 님들이여 - !
청산은 뒷걸음질만 할 뿐
젖은 눈썹을 말리는 새끼까치도 몰라보는 곳에서
계절은 가슴으로 오는 것임을 실감하고 가겠습니다.
도가미처럼 날리는 풀들이
전생애를 푸르게 푸르게 흔들고 있는 산길을
피아노를 치던 손이 아닌
여름내 잔디밭의 지슴을 뽑아주던 남편의 손을 잡고 나서봅니다.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같은
금은결로 넘실대는 다랭이논의 벼이싹이
저더러 알은체를 하며
두 손을 치맛자락에 모은 채 수줍게 고갤 숙였습니다.

먼저 핀 꽃을 뒤켠으로 밀어내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선하품을 하는 코스모스발 밑에
구절초가 땅이 꺼져라 한숨이듯 시들어가고
불사영생의 욕망처럼 피어올라
꽃빛을 다 하고 표연히 시드는 흑한련화는
마지막 침을 꼴깍 삼키다가 사래가 들린 듯 목이 휘였습니다.

관계건조증에 시달리던 집을 벗어나
지난 여름 님들이 밟아왔을 ,입이 아프도록 길안내를 하던 그 길을
내가 달려 왔습니다.
추사체로 뻗은 들길을 지나
꽃이 핀 자리에 허공이 그만큼 자리를 내어 주는곳.
반회장으로 왁자히 피어난 코스모스가
기립박수로 맞아줍니다.

햇솔잎으로 그은 연두빛 사연 몇 줄이 고압선에 놓이고
구절초 꽃빛따라 가뭇없이 떠가던 구름도 쉬어가는 이곳,
애꿎은 목매기 울음만 키워가는 언덕배기 저기,
마음도 몸도 쉬어가기 좋은곳.
노천 카페까지 들고 나온 '카올린펜션'얘기에
뒤따라나온 아이들이 놀립니다.
아빠 엄마는 마음은 두고 몸만 여행 왔다고.
나 저 풀밭에서 님 치고, 사랑 치고 살래요.

카올린펜션을 아시는 모든분들에게
수확할것이 많은 가을 되시라
저 들판의 다소곳이 고개숙인 벼들에 제 기도 얹었습니다.

님들이 보내주는 에너지에 힘내어
더 편안한곳, 소박하고 따뜻한 곳으로
가꾸는 노력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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