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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23 12:04 조회7,309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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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마음을 다 하여
꽃을 피우는 나뭇가지의 손을 잡아
'힘 내라'는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초록을 전업으로 살아온 사철나무도
빗소리를 움켜쥐려고
동심원 바깥에 손을 내밀고
손금을 빨아들이며 섬유질을 흔듭니다.
솟대 위에 걸려 있는 눈 먼 기러기도
깨금발로 멈춰 선 전신주도
시나브로 지는 비유의 벚꽃잎도
한 사발 눈물로 밥을 짓던 밥풀꽃도
봄비에 처연히 젖고 있습니다.

풀씨들이 제가 날아온 바람속을 모르듯이
언제 그칠 줄 모르는 저 비에
저는 그만 섬이 되어 16분음표로 젖고 있습니다.
해를 무작정 입 속에 털어 넣던 제비꽃의
갈한 목을 적셔 주려고 비가 그렇게 내리나봅니다.
보라색의 추신을 길게 읽어주며 내립니다.
실내엔, 붉은 장미의 싱싱한 날울음을
가시째 삼킨 꽃병이
피를 뱉아내는지 더 붉습니다.
이 꽃빛이 슬퍼서 펑펑 울어버린 하늘.
초목이 한 단계 높은 심화학습에 들어간 듯
빗방울 사이사이
쉼표로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비의 체액에 젖는 춘란 잎새 끝에
버선발로 서 있는 빗방울 하나,
단음절로 떨리는 내 가슴으로 받아
그간 다녀가신 님들의 안부를 빚어봅니다.
"날마다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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