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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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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23 12:02 조회4,40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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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잎을 피워 푸르러가는 5월의 초목들과
아우성치듯 피어오른 꽃송이들이
여름으로 넘어가고자 모둠으로 몸부림칩니다.
바람의 꼬리도 청보리밭 고랑에 흔들립니다.
이제는 영원히 과거시제로 말해버릴 수 밖에 없는
비인칭의 봄도
8분음표와 16분음표 사이를 숨가쁘게 지나갑니다.
해는 발돋움질하듯 조금씩 길어지고
한겹씩 엷어지는 익명의 밤시간은 무진 짧아졌습니다.
지난 가을 손발 잘라내고 옮겨심은 앞마당의 돈나무가
무사히 뿌리를 내렸다고
쌀밥같은 꽃을 피워 화답합니다.
몰려든 꿀벌들의 몸놀림도 바빠졌습니다.

눈을 들면 사정없이 안겨드는 바다에도 계절은
가고 옵니다.
소라껍데기가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푸른 파도소리가
치명적인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여름이면
주어진 길에 자신만의 몸짓으로
열심히 살아온 님들!
떠나오세요.
멀어서 마냥 슬펐던 님을 만나고
바빠서 부모노릇 제대로 못했던 사랑스런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리고도 남음이 있으면
그간에 소원했던 동무들과 밤새워 회포를
풀어도 좋을겁니다.
살면서
살아가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챙기고
그 질긴 情을 확인하고 살수있다면
축복받은 삶.
행복한 삶.
그럴수 있는 맘의 여유 가지고 살수있기를
바람합니다.

쳐다만 봐도 내 속이 푸르러지는 만춘의 산을 보면
푸르게 몸을 가꾸며 파르르 떠는 잎새들이
추상무늬의 그리움을 내 맘처럼 연출합니다.
그간다녀가신 여러분들과
저희가족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많은 님들께
옮겨심은 나무의 건강함에 카올린의 안부를 얹어서
보냅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이미 나는 상상 속에서 길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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