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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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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23 12:01 조회4,1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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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올린에 비가 내립니니다.
마당의 나무들이 착하고 예쁘게 비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작고 비좁고 보잘것 없는 이곳을 다녀간 여러 분들이 생각 납니다.
남편의 출장길에 동행이 되어 오셨던 유정이네, 성탄절아침 예쁜 카드를 살며시 내밀던 보기좋았던 커플들. 결혼식땐 꼭 연락 하시겠죠.
늦은 밤까지 소매깃 부딪히며 짠!
서울 소주를 나눠마시던 이 사장님네. 포항에서 오신 마라톤매니아님 거리응원에 파이팅으로 답해 주시던 그 여유,가족같이 둘러앉아 고동 까먹던 그저녁의 울산식구들.
조개구이 해서 가장 먹음직 스런것으로 챙겨주시던님들, 매운탕 맛 잊을수 없다는 젊음들. 싸우고 각자 여행와서 손잡고 함께 올라간 님.친구가 되어버린 B&B아가씨들, 오는 여름 상추쌈 같이 먹자고 약속한 광주의 님 등등... 다 적을수 없는 많은 님들,님들,님들....
이곳에 머물렀던 시간은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 겪었던 여러가지 불편했었을 일들을 떠나시면서 잊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별의 아쉬움을 남기고 허물을 덮어 준 너그러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님들의 그런 사랑이 카올린의 가장 큰 힘입니다.
거제도 어느바닷가 귀퉁이 ....세상을 알아버린 곳이라는 이곳 지세포
작은 포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의 카올린 펜션.
이밤은
카올린에 비가 내립니다.
흙 벽이 비에 젖어 내가 알지 못하는 추상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말하는지
아마 하루를 쉬어간 길손의 아름다운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예쁘게 그려주고 있는것 같습니다.

살면서 떠난다는 것 만큼 힘든것도 없습니다.
오늘 이 저녁에도 당장 떠나고 싶지만 시선을 돌려보면
또 다른 현실이 가두고 있습니다.
그래도 떠나오시는 님들과의 신선한 만남이 늘 있기에 행복합니다.
힘들지 않습니다. 저는 가만히 앉아서 멋진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카올린 흙벽에 젖어드는 빗물처럼
제마음도 촉촉합니다.
기와지붕 추녀의 낙숫물소리가
마음을 울립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호젓함에 빠져봅니다.

행여나 이곳에 작은 정이라도 남겨놓고 가셨다면 언제든지 다시 오십시오.
가족처럼 귀하게 맞을 겁니다.
사람과의 만남이 좋은것은 '남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일이 즐거운 것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좋은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좋은 세상속의 작은 터. '카올린'도 따뜻한 곳이 되도록 노력하렵니다.

비에 젖은 카올린의 밤이 적요롭습니다.
내일 아침
앞마당같은 바다에서 뜨는 둥근 해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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