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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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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23 12:09 조회4,8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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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조선실록 지리지가 다 닳고 찢길만큼
산과 바다를 누비고 다닙니다.
느긋한 마음 하나만을 어깨에 지고

좁짓한 산길에 퍼부어 피어나는 산국을 따서
차로 우려 마시는 가을맛.
멎어버릴 것 같은 심장 하나에
불덩이 같은 그리움으로 살아낸 꽃송이마다
피묻은 기도가 접혀 있어 향이 더욱 좋습니다.


때론 외로움이 폭설처럼 내려도
달빛으로 기둥을 세우고
바람으로 지붕을 덮은 곳에서 지냈습니다.
그림의 떡만 봐도 살이 찌는 이 좋은 가을.
숨겨진 게 너무 많아
보여 주는 게 없었던 숲의 과묵한 진정성이
이제사 속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초록의 독제에서 가슴 옥죄었던 예인 같은 잎잎이
초록을 부추겨 저렇게 울어버린 얼굴빛입니다.
설움이 목젖까지 차올라 토해낸 핏빛.
단풍은 절망의 색이며
빛깔의 아픔입니다.


이승의 시간을 초월해 산이 그려낸 넋의 그림
어딜 가도 질펀한 노랫말같이 펼쳐진 진경산수화
망설이다 망설이다가 혼신의 힘으로 쳐올린 우덤지까지
단풍은 불꽃 같은 삶의 풀어쓰기입니다.


이 좋은 가을
곱고 그리운 사연이 줄지어 서 있는
선생님이 계신 그곳으로만 달려가고픈
보지 않으면 안 될 보고픔이 그곳에 있습니다.
눈물로 향기를 만드는 들꽃 같은
가슴골에 묻어둔 홀로 사랑입니다.
지는 낙엽보다 더 빨간 내 영혼 어떻게 할까요

또 어디론가 허적허적 물색없이 나서고 싶습니다.
운명조차 따돌리고
거기서 무너지는 곳이 님의 가슴이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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