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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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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23 12:06 조회5,1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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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터지려는 제 멍울의 신음을 틀어막고
맑은 햇살 아래 진저리를 칩니다.
꽃망울 속에 숨어 있는
시리도록 탱탱한 웃음소리.
그리움을 그으며 조바심치는 가슴앓이를
가을의 본문 속에 꼼꼼히 써넣으려고
저토록 망설이는 꽃봉오리.
빛살 먹은 돛폭처럼
그것만으로도 벅찬 저 건강한 슬픔을 봅니다.

혼혈로 피어나는 국화
저 봉오리마다 그리움의 핏발이 섭니다.
목 울대를 밀고 올라오는 색채의 통증
내밀한 슬픔에 혼자 깊숙이 울며
이 가을의 밑그림이 되어 도사리는 꽃.
가을이 몸을 지우고 떠나려 하면
갈 곳 없어도 떠나는 척 돌아서서는
가슴 전체가 파도가 되어 한번 더 일렁이는 꽃.

해가 창가에 머무는 시간이 자꾸만 짧아집니다.
풀잎들도 어깨를 낮추고 있습니다.
갓나온 상추잎도 파르르 떱니다.
국화가 천지도 모르고 피어나면
노란 수채물감을 덧바른 옷을 입고
둥근 나무의 나이 속에 동그라미를 그리려
우리, 가을 산으로 갑시다요.
아니 물수제비 띄우러
가을 바다로 갑시다요.

바닷가,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리고
여윈 손가락에 별빛을 고이 끼워가며
파란하늘, 한가득 입에 넣어
적막히 앂어봅니다.
피를 말리며 삼켜야 했던 노여움과 서러움을
저 하늘빛이 허기를 달래어 주는 가을.
저 따뜻한 풍경속으로
투신하고 싶어집니다.

눈물을 삼키며 몸으로 맞서는 가을살이.
끝물든 가을 햇빛 한 오리 붙들고 서 있는
코스모스 한 송이가 제 그림자와 놀다 떨어집니다.
바람조차 말수를 줄이고 차분히 잠든 밤,
온음표 한 알 따습게 품은 딱새처럼
나도 그리 딱한 가슴안고 잠들려 합니다.
꿈길을 가다가, 우리
반음쉼표로 잠시 만날 수 있다면
대뜸에 알아보지 못할까봐
사실은 잠조차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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